오늘날 프랑스 카페에서 ‘카페 오레(Café au lait)’나 ‘카페 블랑(Café blanc)’을 주문하면, 진한 커피 향 사이로 살짝 고소하고 쌉쌀한 향이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바로 ‘치커리 커피(Chicory Coffee)’입니다. 커피 대신 치커리 뿌리를 볶아 우려 마시는 이 음료는 단순한 대체품이 아니라, 역사와 문화가 깃든 프랑스의 커피 전통이기도 합니다.
커피가 사라진 시절, 치커리가 구했다
치커리 커피의 시작은 18세기 말 프랑스 혁명 이후, 그리고 19세기 초 나폴레옹 시대의 대륙 봉쇄령(Continental Blockade)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나폴레옹은 영국과의 경제 전쟁을 벌이며 식민지 무역을 차단했습니다. 이로 인해 프랑스는 커피 수입이 중단되었고, 진한 커피 향을 사랑하던 시민들은 대체재를 찾아야 했습니다. 그때 등장한 것이 바로 치커리 뿌리(chicory root)였습니다.
뿌리를 볶아 만든 새로운 커피
치커리는 원래 샐러드나 약용으로 사용되던 식물이었지만, 뿌리를 말리고 볶아 끓이면 커피처럼 향이 나면서도 부드러운 쌉쌀한 맛을 냈습니다. 커피가 사라진 시대에 치커리는 ‘가난한 자의 커피’로 불리며 프랑스 전역에 퍼졌고, 이후 전쟁이 끝난 뒤에도 그 향과 맛을 그리워한 이들이 꾸준히 즐기기 시작했습니다.
프랑스인의 감성에 맞는 부드러운 향
치커리 커피는 일반 커피보다 산도가 낮고 쓴맛이 덜하며, 특유의 고소한 향이 있습니다. 우유와 섞으면 풍미가 깊어지고, 속이 편안해집니다. 프랑스 사람들은 이를 ‘카페 오레(Café au lait)’ 형태로 즐기며, 아침 식사로 크루아상과 함께 곁들이는 것이 전통적인 조합입니다.
전쟁 이후에도 남은 문화
이후 제2차 세계대전 때에도 커피 수입이 어려워지면서 치커리 커피는 다시 한 번 부활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전쟁이 끝난 뒤에도 사람들은 단순히 커피로 돌아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치커리 커피는 이미 프랑스의 일상 속에 깊이 스며들어 있었고, 향긋하지만 자극적이지 않은 ‘웰빙 커피’로 자리 잡았습니다.
건강한 대체음료로 재조명되다
오늘날 치커리 커피는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커피와 달리 카페인이 거의 없고, 대신 인울린(Inulin)이라는 천연 식이섬유가 풍부해 소화 개선, 장 건강, 혈당 조절에 도움을 줍니다. 또한 커피 특유의 속쓰림이나 불면 걱정 없이 밤에도 즐길 수 있죠.
파리의 카페, 그리고 한 잔의 치커리 커피
지금도 프랑스 시골 마을의 카페에서는 치커리 커피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그곳에서 마시는 한 잔의 커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전쟁과 결핍의 시대를 이겨낸 삶의 향기이자, 프랑스인 특유의 낭만적 실용주의를 보여주는 상징입니다.

마무리
치커리 커피는 ‘커피가 없어서 만들어진 커피’였지만, 이제는 ‘커피보다 더 사랑받는 커피’가 되었습니다.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프랑스의 감성, 그리고 작은 잔 속에 담긴 역사. 오늘 하루는 향긋한 치커리 커피 한 잔으로, 프랑스의 여유를 느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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